
KBS LIFE <재난안전119> (25.11.25.) [안전톡톡] 코너에서는 KBS 재난방송전문위원 이호준 박사가 출연해 기후재난 시대에 '이상' 현상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 시대'의 도래와 그에 따른 재난 대응 전략의 변화를 다룹니다. 현재 단순 재난을 넘어 지진과 한파, 태풍과 전염병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난의 양상을 고찰하고, 화석 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후 변화의 주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아울러 재난 대책을 세울 때 피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회복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지진 조기경보시스템(EWS)과 AI 기술을 활용하여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비하고,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취약성을 파악하여 대비 훈련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1. 뉴노멀 시대의 도래와 극심한 기후 변동성
1.1. 이상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 시대의 등장
과거에 이상했던 날씨 현상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즉 이상과 일상이 같아져 버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도래했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 용어에서 가져와 기상∙기후 분야에 적용한 것이 바로 뉴노멀이며, 이는 고성장이 불가능해진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의 저성장 구조처럼, 과거의 평범했던 일상으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내년 1월까지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대체로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며 최악의 한파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변동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과거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 경험하던 기온의 변동 폭이 갑자기 추워졌다가 다시 더워지는 등 매우 커지고 있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제한하려 했던 지구 평균기온 상승 한계(1.5°C)가 작년에 초과했는데, 이는 기온 변동 폭이 이제 공식적으로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C가 넘어가게 되면 인류가 감당을 못하는 정도까지 변동성이 심해지기 때문에1.5°C 기준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1.2. 기온 변동이 불러온 기후 변동
[해수면 온도 상승과 폭설 및 폭우]
전 지구적인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수면 온도가 1°C 상승하면 수증기 활동량이 약 7% 증가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로 인해 겨울철 북서 계절풍에 따라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내려와 높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는 해수면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교란이 일어나면 많은 구름이 형성되고, 이것이 폭설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구름이 형성될 때 기온이 따뜻하다면 겨울철에 폭우가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제트 기류 약화와 극한 한파]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있는 지역 온도가 따뜻해지는데, 이로 인해 중위도 지역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제트 기류가 약해진다. 제트 기류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가 약해지거나 뚫려버리면 미국 텍사스나 아열대 지역인 뉴올리언스에 20cm의 눈이 오는 것과 같은 극한 한파가 중위도 지역에 들이닥칠 수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재난 대응 기준의 변화]
과거 50~ 8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시간당 100mm의 강우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터지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서울시는 비상 대응 기준을 시간당 110mm까지 정하는 등 새로운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
2. 이상 기후의 원인과 과학적 배경
2.1.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인간 활동
현대에 일어나는 급격한 기후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나 주기적인 변동(태양 에너지, 화산 폭발 등)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특히 지난 200년간의 산업 혁명 이후 기온 상승 속도를 보았을 때 자연적인 현상이 될 수 없다. 기후학자들은 이 원인이 오직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여 이산화 탄소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산화 탄소 증가로 인해 대기층에 이산화 탄소가 많아지면, 태양 복사율이 지면에 반사되어 다시 튀어 나가야 하는데 이산화 탄소층이 이를 막아 마치 온실처럼 열을 가두게 되며, 이것이 온실 효과이다. 지난 50년간 관측된 데이터를 자연적인 현상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으며, 원인은 이산화 탄소의 증가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2.2. 국제 사회의 대응 노력
이산화 탄소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2035년까지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가별로 허가된 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다른 나라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3. 복잡화 및 대형화되는 재난 양상 (복합 재난)
3.1. 복합 재난의 정의와 도미노 효과
재난의 양상이 복잡해진다는 것은 옳은 말이며, 과거에는 단순하게 비가 오고 끝나던 재난이 이제는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도심이 복잡해지고 밀도가 높아지며 초연결화되면서, 한 군데에서 발생한 피해가 그 연결된 망을 타고 같이 전파되어 다른 것을 건드리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을 복합 재난이라고 한다.
복합 재난은 확률이 낮지만 태풍과 지진이 같이 오는 경우처럼 기상 현상이 겹치는 경우도 있고, 지진이 발생한 후 석유 탱크 저장소를 건드려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는 연쇄적인 구조도 있다. 이러한 연쇄 작용은 산업 단지 전체를 마비시키거나 로컬 경제 위기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하는 캐스케이딩(Cascading) 현상을 초래한다.
3.2. 기후 위기와 지진의 연관성

전통적으로 기후 위기와 지진은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졌지만, 완전히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 지표면 위에 얹혀 있던 무게 하중이 사라져 융기가 일어나고, 이러한 움직임에 의해 지진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해수면이 높아지면 지지면에 있는 지하수의 높이가 바뀌어 지하수의 압력이 지각의 응력을 변화시키므로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최근 50년간 급격히 진행되면서 누적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재난 상황의 심각성 가중]
2023년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사례처럼 지진과 한파가 같이 오는 경우, 건물 붕괴 피해뿐만 아니라 이재민들이 따뜻한 공간을 찾지 못해 동사하거나 피해 대응이 늦어지면서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또한, 태풍과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겹치는 사례도 복합 재난의 한 형태이며, 이러한 이중 삼중의 겹침과 경제적 영향까지 더해져 사람의 생명(인명 피해)을 버틸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인위적 재난의 사례, 포항 지열 발전소]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은 동일본 지진 이후의 응력 배치 변화에 대한 긴장 때문에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당시 포항 지열 발전소에서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 발전소가 지진 발생 지점과 불과 1.1km 떨어진 위치에 있었으며, 고압 주입이 지각에 압력을 더했을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는 자연 현상과 인위적인 부분이 겹쳐 사회 현상으로 바뀐 복합 재난의 사례이며, 피해가 물리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부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복합 재난을 보는 시각이 넓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4. 지진 재난과 조기 경보 시스템
조기 경보 시스템(EWS, Early Warning System)은 위험이나 피해가 닥칠 시점보다 앞서 경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사전에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지진 조기 경보(EEW, Earthquake Early Warning)는 지진 자체를 사전 예측하지 못하더라도, 지진파의 특성을 이용하여 단 몇 초간이라도 더 빨리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지진 파동에는 진동은 있지만 사람이 느끼지 못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며 속도가 빠른 P파와, 속도는 느리지만 아래위로 회전하며 진동이 매우 커서 피해를 주는 S파가 있다. 중요한 것은 P파의 크기에 따라서 S파의 크기가 비례하여 커진다는 점이다.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은 먼저 도착하는 P파를 감지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뒤에 올 S파의 규모를 사전에 계산하여 경보를 발령한다.
한국 기상청의 경우 지진 발생 후 약 7~10초 사이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S파가 이미 도착한 곳에는 경보가 늦지만,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사전 조치가 가능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주나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전 지역에 S파가 오기 전 '최대 진도 5~6의 진동이 올 수 있다'는 경보를 미리 전달받아 대피할 수 있다.
5. 기후 위기가 초래하는 경제적 및 사회적 피해
5.1. 보험 산업에 미치는 영향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문제이며, 특히 자연재해를 다루는 보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지진이나 재난이 터지면 경제 손실이 너무 커지는데, 국가 기반망 파괴, 산업 마비, 도로 파괴 등의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복구되는 시간 동안 생산이 멈춤으로써 발생하는 누적된 경제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일 재난으로 끝났지만, 복합 재난이 되고 재난이 대형화되면서 피해 자체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5.2. 한국의 재정적 피해 증가
한국의 피해 사례를 보면, 2020년 태풍 피해액이 약 1조 5천억 원이었는데, 2023년 7월 집중 호우 피해 금액은 4조 4천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조 단위의 재정 손실은 특정 지방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며, 정부가 재난 지역을 선포하여 공공 기능 복구에 자금을 투입하고 민간 피해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는 재난이 터지면 대부분 재난 지역이 선포될 정도로 재정 손실이 커질 것이며, 이는 국가 재정에 조 단위의 펑크를 의미한다.
아직까지 한국은 최근 몇 년간 큰 태풍을 직접 맞지 않고 피해 가고 있지만, 기온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언제든 겪어보지 못한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슈퍼 태풍이 상륙할 수 있다. 만약 상륙 시 그때 발생하는 피해가 예전처럼 4조 원에 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3. 지역 불균형의 심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은 특정 지역에 같은 유형의 피해만 계속 반복되는 지역 불균형 심화를 초래하는 복합 재난이다. 예를 들어, 하천이나 저지대는 침수만 반복되고, 산악 지역은 산사태만, 농촌 지역은 농작물, 어촌 지역은 수산물 피해만 계속 반복된다. 같은 기간 내에 피해가 누적되면, 체감하는 피해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 해일(쓰나미)이 피해를 준 것도 있지만, 쓰나미가 와서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 용융을 일으켜 방사능 유출이 되는 연쇄적인 복합 재난이 발생한 사례 또한 있었다.
6. 재난 대비 전략, 회복력 중심의 전환
6.1. 예방에서 회복으로의 중요성 강조

과거에는 예방 중심의 재해 대책이 강조되었지만, 이제는 복구의 중요성도 높으며, 단순한 복구가 아닌 회복력 개념이 대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 중단이나 마비 자체가 재난으로 연결되고 경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빨리 기능을 회복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 대책]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은 크게 완화와 적응 두 가지로 나뉜다.
완화: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로, 오랜 기간을 두고 해야 하는 일이다.
적응: 이미 이산화 탄소 증가로 인해 이상 기후와 재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예방 대책으로 생존을 의미한다.
6.2. 취약성 관점에서의 예방
예방은 예전처럼 피해를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력이 왔을 때 내가 어디가 취약한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그 외력이 내가 가진 심장과 뇌와 같은 치명적인 기능을 건드리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이후에도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종류의 예방이 필요하다. 이는 지진 후에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능을 연속화하자는 개념과 같다.
6.3. 여유 자원 확보
한국 산업(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정밀 산업)의 경우, 잠시만 중단되어도 경제 손실이 커진다. 이럴 때 중단 기간을 줄이기 위해 완전 복구가 아닌 대체할 수 있는 임시방편을 마련하는 대책으로 복구가 전환되어야 하며, 즉 여유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는 똑같은 생산 라인을 두 개 만들어야 하는 등의 '이상한 일'이 이제 필요한 일상이 되었다.
7. 개인의 취약성 파악과 대비 훈련의 중요성
7.1. AI와 인간 협력의 시대
재난 예측을 위해 AI라는 강력한 툴이 존재하지만, 초연결된 도심이 받는 피해 예측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AI는 빠른 계산이 가능하지만, 특이한 재난 사례에 대한 학습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어 현재로서는 사람과 AI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람이 가진 재난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가이드하고, AI는 상상도 못 할 계산 결과를 도출하면 인간이 이를 검증하는 교차 검증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재난 관리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인간과 AI가 대화하는 형태로 정착될 것이며, AI는 대시보드에 정보를 제공하고 인간이 의사 결정을 하면 AI가 확률과 불확실성을 계산해 주는 방식이 머지않아 정착될 것이다.
7.2. 평소 대비 훈련의 핵심
한국의 재해 대책이 가진 단점은 재난이 자주 일어나지 않아 금방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이나 경보 시스템이 만들어지더라도 그 뒷조치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 따라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 주변이나 우리 가족에게 어떤 취약성이 있는지 스스로 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생존의 시대가 도래했다.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나 자신에게서 스스로 대책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면, 바로 실행해 보는 훈련과 연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겪고 있는 환경 내에서 어디에 취약한지를 파악하고, 사고가 닥쳤을 때 단순한 복구가 아닌 내가 수행하는 내 기능과 능력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지 즉, 취약성과 회복력 관점에서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